
투필종군(投筆從軍)이란 말그대로 붓을 내던지고 군인이 되어 전쟁터로 나간다는 뜻이다.
후한(後漢) 때 서역을 개척하여 입신출세한 반초(班超)의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몸을 던져 출세 가도를 달리는 그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사라고 할 수 있다.
반초의 신세내력
투필종군 고사의 주인공은 반초이지만, 반초가 투필종군 할 수 있는 기질을 가지게 되는데는 그의 신세내력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반초는 漢한나라가 두동강 난 왕망의 난 직후의 사람이다.
역적 왕망이 강산을 찬탈하여 新신나라를 세우고, 자신의 이상에 따라 국가를 급진적으로 변혁시켰다.
그러나 화폐개혁 등 과격한 드라이브로 현실은 대혼란에 빠졌고, 왕망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지게 된다.
마침내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게 되고, 그중 한나라 劉유씨였지만 가장 별볼일 없어보였던 유수가 전국을 평정하니, 이가 바로 광무제이다.
유씨강산을 다시 부흥시킨 광무제 때부터를 後후한이라고 부르고, 왕망 이전의 한나라를 前전한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역사의 큰 단절로 시대가 구분되었을 때가 바로 ‘역사서’를 정리할 시기이다.
공자는 춘추를 썼고, 전국통일 이후 진한 초기에 전국책이 쓰여졌다.
그리고 사마천은 오제시대 이래의 역사를 집대성하여 사기史記를 썼다.
이제 왕망의 난으로 절단난 역사에서, 전한의 시대가 구분되니, 새로운 역사서가 쓰여질 시기이다.
반초의 아버지 반표(班彪) 때부터 역사 정리가 시작되어, 반초의 형인 반고(班固) 때 그 모습을 갖추었다.
물론 이후에도 반씨가문은 계속 내용을 보강한다.
이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한서(漢書)이다.
반초는 성장환경 상 역사서를 늘 읽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씨가족의 대화 주제, 이야깃거리는 늘 역사 이야기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대상이 되는 기간은 전한前漢 시기.
기라성 같은 위인들의 일대기를 되새기며, 무한한 동경심과 출세에 대한 욕구가 솟구쳤을 것이다.

투필종군, 출세의 갈림길에 몸을 던지다
반초는 수도 낙양에서 별볼일 없는 한직 문관으로 하루 종일 틀어박혀 붓질이나 하며 세월을 낭비하고 있었다.
붓질을 아무리 해봤자 출세의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런 사건사고도 없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무풍지대의 질서는 그야말로 나른하고도 지루한 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외부에서부터 폭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한다.
폭풍은 하늘로 날아오르고자 하는 일들이 고대하고 고대하는 바람이다.
중국 IT기업의 신화적인 인물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은 ‘태풍의 길목에 있으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을 하였다.
위기와 혼란의 시대에서 몸을 던져 그 핵심을 파고들면 그 엄청난 바람을 타고 입신출세할 수 있다.
중국의 역사에는 큰 철칙이 있다.
중국 내부의 중원에서 큰 분열이 있으면, 외부의 이민족들이 침공해온다는 것이다.
내란의 국가가 외환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특히 중국의 중원은 사방의 오랑캐와 투쟁하는 역사를 이어왔고, 특히 북방 이민족은 만청시기까지 이어지며 중원 왕조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끼쳤다.
한나라 때 강성했던 북방 이민족은 그 유명한 흉노족이였다.
한무제 때 장건, 곽거병 같은 영웅호걸들이 서역을 개척하였다고는 하지만, 흉노는 여전히 강성했다.
그리고 왕망의 난으로 중원이 대혼란에 빠지자, 그 견제에서 한시름 놓은 흉노가 다시 발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역에서 흉노가 다시 설쳐대서 나라가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은 연일 전국적 이슈였다.
수도 낙양에서 한직 문관으로 붓질만 하며 세월 낭비를 하던 반초에게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반초는 결심한다.
흉노놈들이 설쳐댄다는데, 장부가 되가지고서 마땅히 공을 세워 제후가 되지 못할 지언정, 책상머리에서 붓질이 왠말인가!
전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서역 개척의 주역 장건처럼, 자신도 흉노와 싸워 위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 것이다.
반초는 그렇게 붓을 내던지고, 칼을 찾아 빼들고 흉노와의 전쟁터로 종군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투필종군(投筆從軍)의 고사이다.
공포의 흉노와의 싸움에 몸을 던지다
흉노는 보통 무서운 족속들이 아니다.
중세에 칭기즈칸이 몽골제국이 유라시아를 휘젓고 다녔다면,
고대에는 흉노가 유라시아를 휘젓고 다녔다.
그 유명한 훈족의 아틸라 왕은 로마 제국의 심장에도 칼을 겨누었다.
그 공포의 흉노와의 싸움에, 한직 문관 출신 반초가 겁도 없이 뛰어든 것이다.
아무래도 반초는 말만 앞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인물이였고,
평소에도 신체를 강건하게 무술을 연마하는데 열중했었던 것 같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유명한 말과 함께,
직접 흉노 병사들을 잡아죽이기 위해서 흉노의 막사로 야습을 들어가기도 한다.
투필종군으로 붓만 던지고 칼만 쥐는 쑈맨십만 보인 것이 아니라,
진짜 흉노를 잡기 위한 행동을 실천으로 보였다.
반초는 역사에 길이 빛나는 무공을 세우고, 서역을 평정하여 마침내 정원후(定遠侯)에 봉해진다.
제후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호시탐탐 줄탁동시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평화의 시기도 있고 전쟁의 시기도 있다.
위험도 있고, 기회도 있으며, 그것들은 뒤바뀌기도 하고, 계속해서 끊임없이 변한다.
이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호시탐탐(虎視眈眈)이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눈으로, 호랑이의 눈으로 주시하는 것이다.
기회가 오면 모든 것을 다 내던지고 달려들어야 하는 것이다.
반초처럼 붓을 쥐고 있다가도 던져버리고 칼을 쥐고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용맹하게 호랑이 굴로 뛰어들어서, 공을 세우고 입신출세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알에서 새끼가 깨어날 때 필요한 것이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하였다.
새끼 혼자서는 알을 깨고 나오기에 벅차다.
그래서 알을 깨고 나올 때 쯤에는 어미가 밖에서 같이 껍질을 쪼아줘야한다.
안에서 새끼가 쪼는 것과, 밖에서 어미가 쪼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알껍데기가 쩍쩍 갈라지며 비로소 새끼가 세상으로 나온다.
스스로 잘나서 세상에 출세하기란 쉽지 않다.
환경을 이용하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입신출세하고 세상에 의미있는 이름을 날릴 수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수많은 기회가 눈앞의 허공에서 날아다니는데,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결단을 내리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
반초의 투필종군 고사를 따라서, 붓을 던져버리고 칼을 쥐고 용감하게 뛰어들자.
그렇게 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싸워서 쟁취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