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혼자서 모든 것을 익혀서 잘해낼 수는 없다.
인류가 이렇게 고도의 문명을 쌓아올릴 수 있었던 것도, 선대에서부터 쌓아온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후대에 전하면서, 후대인들이 남은 여력을 첨단의 발전에 쏟아부었기 때문인 것이다.
오늘은 청출어람(靑出於藍) 뜻을 이야기하며,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더욱 성장하여 능력을 발휘할 때 진정 인생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논해보도록 한다.
청출어람 뜻
청(靑)은 푸른색을 뜻하고, 출(出)은 무엇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며, 어(於)는 단어사이를 잇는 조사이고, 람(藍)은 쪽색을 뜻한다.
정리하자면, 푸른색은 쪽색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원래 이 말 뒤에 청어람(靑於藍)이 더 붙는다.
푸른색은 쪽색에서 나왔지만 쪽색보다 푸르다는 것이다.
쪽색은 한자 그대로 남(藍)색이며, 쪽물을 어떻게 물들이냐에 따라서 다르지만, 청(靑)색이 더 강렬한 푸른빛을 뽐낸다.
이 말의 출전은 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에서 나오는 것인데, 순자는 유학자로써 제나라 직하학파에서 배우고 활약하다가 초나라로 초빙되어 난릉에서 학단을 가르치다가 생을 마친 인물이다.
그야말로 제자백가가 백가쟁명을 하던 시대였고, 스승을 쫓아 열심히 배워 출세하여 입신양명하고, 거대한 학단을 만들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던 시대였다.
순자는 유가의 학단에서 수학하였지만,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활동하였다.
당시 전국시대 최강국이었던 제나라 수도 임치의 직문에는 내노라하는 인재들이 모여 서로 교류하며 공부하였는데, 이를 직하학궁이라고 한다.
순자는 이 직하학궁에서 활약하여, 그 대장격인 좨주를 여러차례 맡을 정도였다.
또한 초나라의 공자였던 춘신군이 초빙하자 남쪽으로 이역만리의 길을 떠나 난릉이라는 곳에 새로 자리를 잡고 제자를 양성하는 학단을 만들었다.
순자가 가르친 제자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는 한비자와 이사가 있다.
둘다 유가를 넘어서 법가 사상으로 발전하였으며, 특히 이사의 경우에는 진나라로 가서 진왕 영정을 도와 전국을 통일하고 그를 시황제로 만든 인물로 유명하다.
진 제국의 설계는 승상 이사가 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사실 법가(法家)는 법과 술의 통치이념이 더 강해진 것이지, 사실상 유가(儒家)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도덕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면 법률이 된다는 것으로 쉽게 비유해볼 수 있다.
어쨋든 순자의 인생 자체가 청출어람 청어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기가 몸 담았던 학단에서 배웠던 내용보다 스스로 더 많은 지식과 가치를 만들고 뽐내면서, 그보다 더 위대한 사상을 펼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다.
직하학파 출신이었던 순자가 그러하였고, 순자의 제자였던 이사가 그러하였다.
청출어람은 보통 스승보다 나은 제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인간세상의 어떠한 경우에도 다 적용해볼 수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이고, 선배와 후배 관계도 마찬가지이며, 선대를 이어 후대가 더 잘나게 되는 것이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선대보다 후대가 발전하는 것이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
자신의 뒷사람이 자신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아주 숭고한 일이다.
부모의 경우에는 유전적으로 자신의 뒤를 잇는 자식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당연하겠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스승이나 선배의 경우에는 제자나 후배가 자신보다 더 잘나가는 것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를 부지기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세상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선대보다 후대가 더 나은 인간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호부견자라는 말처럼, 뛰어난 부모와 스승 선배에게서 못난 자식과 제자 후배가 나올 수도 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단의 번영을 위해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서양의 철학자였던 니체가 말하기를, 제자로만 남는 것은 스승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제자로 기억된다고 하는 것은, 그 스승보다 더 나은 업적을 쌓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를 거쳐가며 부침이 있더라도, 연속해서 선대보다 후대가 못나다면, 그 가문이나 학파는 망해버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집단에는 흥망성쇠가 있겠지만, 청출어람으로 대를 거쳐 더 잘나가는 인물이 나와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진화는 이종교배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순자가 하였다는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유학자였던 순자는 제나라 임치에서 공부하였으나, 초나라 난릉에 가서 학단을 열었다.
그리고 그 제자들 중엔 한비자와 이사 같은 법가사상가들이 나왔고, 특히 이사는 진나라로 가서 전국을 통일하고 진제국을 건설한 승상이 되었다.
순자는 겉으로는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법가사상가와 제자인 이사를 나무랐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흐뭇하였을 것이다.
그가 말한 청출어람 청어람을 실현시킨 사람이 바로 이사이기 때문이다.
당시 제자백가, 특히 유가사상에서 배움은 궁극적으로 입신출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순자는 큰 꿈을 품고 제나라 임치에서 초나라 난릉까지 와서 자리를 잡았지만, 끝내 공자처럼 높은 지위에 오르지는 못하고 그 몫을 제자들에게 넘긴채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리고 그 숙원을 풀어준 사람이 바로 이사였던 것이다.
이사가 입신출세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마천의 사기 이사열전을 보면, 첫대목에 이사가 고향을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초나라의 말단관리였던 이사는 도저히 인생에서 성공의 출로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고향을 떠나, 부귀영화를 찾아 진나라로 가고자 한다.
스승인 순자와 작별할 때 비장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하였다.
당시 서쪽 구석에 있었던 진나라는 상앙의 변법이 성공하여 나머지 6국과 대등할 정도로 국력이 강성해지고 있었다.
특히 그 유명한 여불위를 비롯한 외국인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진나라 귀족들은 외국인 인재들을 경계하여 그들을 쫓아내자는 축객령을 시도하였으나, 이사가 그 유명한 간축객서를 지어 올리며, 이를 막고 이름을 떨쳤다.
이사는 유가사상가인 순자 밑에서 배웠으나, 스스로 법가의 길을 창조해내었다.
그리고 인재를 우대하고 사람들이 순박한 진나라에서 수많은 지식과 기술을 교류하였고, 마침내 진 제국을 건설하는 승상으로 역사에 이름을 떨쳤다.
시황제가 전국을 통일하고 실시한 도량형 통일이나 직도 건설, 군현제도 등은 모두 이사의 작품이다.
청출어람 청어람의 말의 출전이 순자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사례로 이사의 이야기가 길었다.
역사적으로 자수성가하거나 선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던 인물들 모두가 청출어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선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선 자신이 배워온 것과는 다른 것을 배웠을 때 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배운것만 계속 반복하면, 그 배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고, 그대로 살다가 생을 마칠 뿐이다.
다른 것을 배우고, 그 다른 것과 합쳐질 때, 더 나은 것으로, 변증법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유전자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이종교배를 해야하는 것과 같다.
반복되는 동종교배는 돌연변이에 의해 열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종교배를 할 때 우성 유전자들이 발현되어 살아남게 되면서, 대를 거듭할수록 강한 우성인자들만이 조합된 진화된 개체가 된다.
인생을 살면서 그동안 배운 것을 뛰어넘을 때 비로소 인생이 더 발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익숙하게 배운 것을 떠날 필요가 있다.
순자가 제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가고, 이사가 초나라를 떠나 진나라로 갔듯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