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 뜻, 권세를 주무르는 맛에 취하면 선을 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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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만큼 인간세계에서 달콤하고 짜릿한 맛이 또 있을까?

맛있는 것을 먹거나 짝짓기를 하거나 온갖 즐거움이 있어도, 권세를 주무르는 맛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인간세계에서의 치열한 갈등은 이 권세를 쫓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를 논하며, 권세를 주무르는 맛에 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이야기해보도록 한다.


지록위마 뜻

지록(指鹿)은 손가락으로 사슴을 가리키는 것을 의미하며, 위마(爲馬)는 말이 되다 즉 말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풀어보자면,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배경이 되는 고사가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알아야 말뜻이 이해될 것이다.

중국의 고대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秦)나라는 시황제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그야말로 제국의 앞날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에 빠진다.

전국시대 말기 7국이 피터지게 싸우는 상황에서, 변법으로 부국강병에 성공한 서쪽의 진나라의 국력이 나머지 6국을 압도하게 되면서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되었고, 진왕 영정은 본격적으로 통일 전쟁을 시작하여 차례로 6국을 무너뜨리고 조상의 숙원인 전국을 통일하게 된다.

그리고 황제의 자리에 올라 만세를 이어갈 제국을 꿈꾸며, 자신이 통일한 전국에 직도라는 도로망을 깔고 순행을 다니며 통치를 공고히 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불로장생을 꿈꾼 시황제였지만, 과로의 누적에다가 장생술의 역효과로 순행길 도중에 객사하게 되고, 그 유언장을 승상 이사와 환관 조고가 조작하여, 장자 부소가 아니라 서자였던 호해가 이세황제로 즉위하게 된다.

조고는 승상 이사마저 모함하여 골로 보내버리고, 호해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자신은 승상에 올라 진 제국을 주무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음에 안드는 정적은 전부 다 제거해버리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하루는 조고가 어린 호해 황제를 앞에두고 권세를 뽐내고자 대신들을 위력으로 억누르고자 하였다.

조고는 황궁 대전에서 큰 사슴 한마리를 호해에게 진상하면서, 대신들에게 이르기를 그 동물이 ‘말’이라고 하였다.

몇몇은 조고를 따라 그 동물이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으며, 몇몇은 눈치없이 사슴이라고 따졌다.

그날밤 사슴이라고 말한자들은 모두 옥에 갇히거나 도륙나버리고, 말이라고 말한 자들은 조고를 따라 상을 받고 조정에서 승승장구했다.

이 일이 있고나자 호해는 물론 조정의 대신들 모두가 조고의 권세를 두려워했고, 조고가 하는 말이라면 잘못된 말이라도 모두 맞다고 맞장구치며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세상의 당연한 이치마저 어거지로 우겨도 통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두르는 것이 바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의 고사이다.

진나라는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였지만, 그야말로 과도기적이었고, 정복한 나머지 6국을 완전히 합병하여 통치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조고와 같은 간신이 판을 치니, 전국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으며, 마침내 망한 6국의 귀족 중 초나라의 명문가문 출신 항우가 이끄는 반진 연합군에 의해 진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이후의 역사는 항우의 질서에 반기를 든 초나라 출신 반란군 두목 유방과 항우가 대결하는 초한쟁패로 흐르게 된다.


지록위마 뜻은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우길 정도의 억지스러운 권세는 스스로 더 빨리 멸망을 재촉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지록위마 뜻은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우길 정도의 억지스러운 권세는 스스로 더 빨리 멸망을 재촉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권세를 휘두르는 맛! 잘못 휘두를수록 짜릿하다!

권력의 맛이란 대단하다.

인간세계에서 서열을 나누고, 남의 위에 올라서는 것만큼 짜릿한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나 불필요한 경쟁을, 죽고 죽이면서까지 피터지게 벌이면서, 남의 위에 군림하고, 권세를 얻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이는 비단 봉건적인 통치권력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찬물도 위아래를 따진다며, 개인간에도 서열을 따지기도 하고, 생판 모르는 사람끼리도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심지어는 살고 있는 집이나 차에 따라 서열을 나눠, 남을 무시하거나 남의 위에서 위세를 뽐내기도 한다.

자신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지시하는대로 남이 움직일 때, 남이 알아서 길 때, 아부하면서 온갖 사탕달린 말로 비유를 맞춰줄 때, 그 맛에 취해 인간은 이성을 잃기도 한다.

지도자로써 명분을 가지고 사람들을 이끄는 것에서는 공명심을 느낄 수 있지만, 진짜 자극적인 짜릿함은 권력을 잘못휘두르는 일탈에서 나올 것이다.

마치 지록위마처럼, 세상의 이치에 반하고, 잘못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남들이 어찌하지 못하고 쭈구릴 수 밖에 없는 것에 맛을 느끼는 것이다.

간혹 돈이 최고의 가치로 숭배되는 배금주의 세계에서는, 돈을 뿌리는 사람에게 돈을 받기 위해, 지록위마도 더 수치스러운 일도 마다않는 온갖 진상스러운 일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것이 인간세계이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인구에 회자되며, 돈 때문에 권세 때문에 그런 더러운 일도 다 겪는다고 떠들기도 하지만, 막상 돈과 권세 앞에서는 누구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고 비굴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요즘의 인간이기도 하다.


잘못 휘두르는 권세는 필연적으로 위태롭다

중국의 역사는 흥망성쇠의 연속인데, 그 중에서도 진나라가 망하고 한나라 일어서는 과정의 첫대목이 바로 진시황의 죽음과 유서 조작 사건이다.

이후 이세황제 호해의 무능과 간신 조고의 악랄함에 진나라 조정은 기둥째 무너앉게 되고, 6국의 반란군에 속수무책으로 패배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명장 장한마저 항우에게 항복하자, 마침내 조고의 권세마저 위태롭게 되었고, 마지막 발호로 황제 호해를 시해까지 했다가, 왕족 자영에게 습격을 당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이후 자영이 함양에 가장 먼저 도착한 반진연합군 선봉 유방에게 항복하게 되고, 진 왕조는 문을 닫게 된다.

물론 진나라가 망하게 된 까닭이 모두 조고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초의 통일 위업을 달성하였지만, 병합한 6국을 완전히 통치할만한 힘이 부족했고, 반진연합군에 완전히 역전되어 도리어 망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멀쩡한 사슴도 말로 바꿔버리는 지록위마의 권세를 휘두르던 조고가 망한 것은 스스로의 탓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시황제의 유서 조작 사건까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름대로 머리 잘돌아갔던 조고가 승상 이사를 모함하는 등의 권력투쟁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진나라 조정이 이렇게까지 무능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정신 못차리고 이세황제 호해까지 시해하였기에, 자영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록위마의 고사 당시 알랑거리는 웃음으로 조고의 비유를 맞춰 사슴이 아닌 말이 맞다고 맞장구쳐준 대신들 중에, 몇명이나 조고의 최후까지 함께 남아있었을까.

아마 대부분 다시 새로운 권력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 철새처럼 이동하였을 것이다.

권력의 맛은 달콤하지만 이렇게 허망한 것이고, 잘못 휘두를수록 더욱 멸망을 재촉한다.

지록위마의 촌극이 벌어지던 대전에서, 말이라고 맞장구 치지도 않고, 사슴이라고 소신을 내세우지도 않는 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대부분은 당시 조고의 맹렬한 권세에 맞서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목불인견 조고를 몰아내야겠다는 칼을 갈고 있었을 것이다.

비단 고대 중국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인간의 마음은 이와 다르지 않다.

아무리 잘났어도 나대는 사람에게는 시기와 질투의 마음이 싹트는 법이다.

하물며 부정한 방법으로 득세하여 오만하게 권세를 휘두르는 사람에 대한 마음은 오죽할까?

기회만 되면 처단될 수 밖에 없다.


인간세계에서 권세를 오랫동안 누리는 방법

아무리 강력한 힘과 맹렬하게 타오르는 기세도, 시간이 흐르면 꺾이고 약해지게 되어있다.

남들이 수긍하고 인정하여 누리는 권세가 아니라, 억압하여 얻은 권세라면 이때 엎어질 수 밖에 없다.

지록위마의 고사처럼,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억지스러운 권력을 누가 진심으로 따를 수 있을까?

반진연합군이 코앞까지 밀고 들어오고 나라가 망하는 초읽기에 들어가자, 바로 조고는 참살당했다.

적어도 박박 우기며 남을 핍박하는 지록위마가 아니라,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이며, 옳고 그른 것을 그대로 집행하고, 무훈을 세운 장군에게는 상을 주고, 적과 내통하거나 뒷걸음질친 자에게는 벌을 주는 신상필벌이 명쾌하게만 이루어졌어도, 진나라는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고, 조고도 역사에 다른 모습으로 기록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시황제의 장자 부소와 장군 몽염, 승상 이사, 반란군을 진압할 희망이었던 장한까지 모두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사람에게까지 지록위마를 해대니, 조고는 진 제국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명까지 재촉한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자 한다면, 얼토당토 않는 지록위마가 아니라, 환심을 살 수 있는 권세를 베풀어야 할 것이다.

사슴을 말이라고 맞장구쳐준 사람도 재치가 있다며 칭찬하고, 사슴을 사슴이라고 직언을 한 사람에게도 소신이 있다며 칭찬한다면, 진나라 조정은 의기투합하여 천하의 인재들이 몰려들어와 자신의 기량을 뽐내려고 했을 것이다.

역사의 흥망성쇠가 후대인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지록위마 같은, 말같잖은 권세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