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유비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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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유비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로맨스, 끓어오르는 피의 절정이다.

삼국지는 수많은 인간군상의 얽히고 섥힌 투쟁 속에서, 숱한 명장면을 쏟아낸다.

그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단연코 최고 인기의 장면이 바로 ‘적벽대전’일 것이다.

비단 삼국지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드라마틱한 전투로 손꼽히는 적벽대전.

중국공산당을 이끌었던 모택동도 숱한 담화에서 적벽대전을 인용하였다고 한다.

물론 삼국지에는 적벽대전말고도 흥미진진한 전투가 차고 넘친다.

황하를 사이에 두고 피터지게 중원의 패권을 다툰 조조와 원소의 관도대전, 유비가 도원결의형제 관우와 장비의 죽음에 이성을 잃고 총력의 복수혈전을 펼친 이릉대전, 주군과 나라를 위해 출사표를 올리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위나라를 두들겨 쳐올라간 제갈량의 북벌이라든지.

그 많은 전투들 중에서 왜 적벽대전은 독보적인 최고의 이야기로 꼽히는가?

적벽대전이 그토록이나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삼국지의 주인공이자 적벽대전의 주인공인 ‘유비’가 그려내는 로맨스로 이야기해본다.



적벽대전 유비가 선동한 전쟁

적벽대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말도 안되는 패전을 하고 체면도 없이 도망친 조조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조조에게 적벽대전이란 그야말로 치가 떨리는 치욕이자, 천하를 눈앞에서 놓친 실수 중의 실수였다.

보통은 적벽대전의 주역으로 오나라의 대도독 주유와 유비의 책사였던 제갈량을 꼽는다.

주유는 실질적인 오나라의 총사령관으로 전쟁을 총괄하며 군대를 지휘했다. 실제 전쟁을 수행하고 목숨을 걸고 분투한 것은 오나라의 장수들과 병사들이었다.

제갈량은 귀신도 혀를 내두를만한 계책을 내놓으며,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와룡봉추의 합작으로 조조의 군선을 연환계로 묶은 뒤 동남풍을 불게 만들고 화공을 펼쳐 적을 초토화시켜버렸다.

물론 소설 삼국지연의 속의 과장된 묘사가 있을지언정, 제갈량은 적벽대전 이후 유비 세력에서 그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적벽대전을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의 그 주역들이다.

하지만 적벽대전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보자면, 이 적벽대전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고의 주역은 누가 뭐라고해도 ‘유비’이다.

유비는 원래 종친이였던 유표에게 의탁해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중원을 장악한 조조가 천하통일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백만대군을 이끌고 남하하기 시작한다.

살려두기 꺼림칙한 유비를 잡아죽이고, 변방이였던 동오를 제압해서 천하를 안정케하기 위함이었다.

조조의 기세에 겁에 질린 형주의 호족들은 싸우지도 않고 조조에게 항복했다.

유비는 자신을 신봉하고 추종하던 세력에다가 형주 군민들까지 있는대로 끌고서 동오의 손권에게 도망쳤다.

유비는 이미 작심하고 있었다.

반드시 전쟁을 벌여서 남하하는 조조를 박살내버리겠다고.

하지만 동오의 분위기도 형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조조를 압도했던 하북 최대의 군벌 원소도 조조와 싸우다가 관도대전에서 대패하고 분사했다.

그 세력을 다 집어삼킨 초거대 세력 조조의 백만대군이 남하한다는데,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으랴.

동오의 호족들은 모두 항복하여 자신들의 작은 권세나마 자자손손 보장받기를 원했다.

조조 또한 인재를 아낀다고 하니, 조조에게 봉사해서 출세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 왠 이상한 놈이 나타나서 전쟁을 해야한다고 선동하는 것이다.

동오 출신도 아니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패거리에다가 형주의 피난민들까지 끌고온 이방인이자 도망자.

바로 삼국지의 주인공, 영웅 중의 영웅 ‘유비’였다.

이 유비가 누구인가?

저 북쪽의 탁현 누상촌 촌동네에서 돗자리 장수하던 자가, 황건적의 난 때 주변 사람들 긁어모아서 거병한 자다.

여기저기 흘러다니며 쌩고생을 하며 평생을 전쟁터를 누비다가, 자기 근거지도 세력도 없이 관우와 장비 같은 덩치 큰 패거리를 몰고 다니며 분란만 일으키던 자였다.

나이 오십이 다되도록 그런 일만 벌였던 사람이, 이제 이 강동까지 흘러들어와서 전쟁을 해야한다고 선동하는 것이다.

유비를 옆에 끼고 조조와 싸우던 군웅들은 모두 조조에게 패해서 망해버렸다.

그리고 유비는 악착같이 살아남아 계속 다른 군웅을 찾아다니며 조조와 싸움을 붙여댔다.

조조에게 귀순해서 자자손손 태평성대를 누릴 생각을 하던 강동의 호족들에게 조조하고 싸우자며 부채질에 열을 올리는 유비의 모습은 그야말로 황당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 유비가 과연 영웅은 영웅이였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대단하여, 강동의 젊은 세력가 손권과 주유가 그에게 동조하는 것이다. 둘다 이삼십대의 젊은 나이였다. 그 젊은 피를 끓게만드는 유비의 매력이 장난아니였던 것이다.

결국 조조의 백만대군이 쯔나미처럼 몰려오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한줌도 안되는 강동의 군대를 가지고서 맞서 싸우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서, 총력적으로 적벽대전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고, 기어코 승리하게 된다.

이후 조조는 기가 완전히 껶여서 죽을 때까지 그 수준에서 더 이상 세력을 확장하지 못한다.

이 유비와 손권은 각각 촉나라와 오나라를 장악하고, 천하를 삼분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적벽대전 유비가 분연히 떨쳐 일어난 용기는 후세에 큰 감동을 주는 로맨스이다.
적벽대전 유비가 분연히 떨쳐 일어난 용기는 후세에 큰 감동을 주는 로맨스이다.


적벽대전 유비의 환상적인 로맨스

적벽대전의 매력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조조의 공포의 백만대군이 밀려오는 그 두려운 상황에서도,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것이다.

평화롭게 귀순한다고 해서 대접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노예의 삶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다.

“좋아! 한판 붙자. 죽을 각오로 싸워서 당당하게 승리하자!”

이 자세의 결정체가 바로 적벽대전인 것이다.

나이 50을 먹도록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근거지도 없이 떠돌아다니던 유비와, 갓 이삼십대의 손권과 주유, 제갈량의, 그 패기 넘치는 용기가 이룩한 로맨스인 것이다.

삼국지를 영어로 표현하자면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아닌가.

로맨스다. 로맨스!

이 로맨스의 결정체가 바로 공포의 상황에서도 분연히 떨쳐 일어나 당당하게 승리한 적벽대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