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삼라만상이 돌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은 인과관계이다.
우리가 통상 원인과 결과라고 한다면 대충 인간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같지만, 100%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과학 법칙’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예외없이 근엄한 것이다.
오늘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성어의 뜻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며,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논해보도록 한다.
오비이락 뜻
오비(烏飛) 까마귀가 날자, 이락(梨落) 배가 떨어진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속담으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말로, 다른 한문 고사성어들과는 다르게 중국에는 원래 없는 말이다.
우리말로된 관용어를 한문으로 바꿔 사자성어로 만든 말이 되겠다.
까마귀는 시커먼 색상으로 상당히 독특한 외관을 하고 있으며, 지능이 높은 새로, 여러 문화권에서 상당히 다양한 콘텐츠로 엮여있는 새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대 신화에서는 주로 길조로 여겨졌으나, 현대로 오면서는 점점 인기가 떨어치고 시커먼 외양과 시끄러운 울음소리 때문인지 재수없는 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까마귀 울음소리는 왠지 기분나쁜 느낌을 주는데, 이 새가 푸다닥 날아가자마자 배나무에서 배가 떨어져서, 까마귀 때문에 배가 떨어졌다고 탓하는 것이 오비이락 뜻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전혀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말도 안되는 남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까마귀가 배 열매를 파먹거나 건들여서 떨어뜨린 것도 아니고, 가지 근처에 있다가 날아올랐다고해서 열매가 떨어질 일은 없다.
만약 배 열매가 떨어졌다면, 너무 무거워지거나, 익어서 줄기가 물러졌거나, 바람이 세게 불었거나, 나무에 큰 충격이 가해지는 등의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수없는 까마귀가 날아가자마자 동시에 배가 떨어졌기 때문에, 배나무 밑에 있던 사람은 까마귀 탓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어찌보면 까마귀의 처신도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왜 하필 배나무 근처에 있어서 그런 오해를 받고 미움을 받느냐고, 까마귀가 몸가짐을 조심하지 못했다고 탓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그저 의미없는 화풀이일뿐이고, 까마귀에게 원한만 사며, 주변 구경꾼들에게 성격 더럽다는 흉만 얻을 뿐이다.
진짜 배가 떨어진 원인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배의 가지에 해충이 달라붙었다거나, 몰래 숨어있는 서리꾼이 서리를 실패해서 떨어졌다거나, 진짜 위협적이 요인이 있었을 경우, 까마귀 탓을 하는 바람에 적극적인 초동대처를 못해서,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세상에서 어찌 모든 사람들이 침착하고 차분하게 현명한 판단만을 할 수 있겠는가.
다른 원인을 찾기 귀찮고 어려운 상황에서, 까마귀가 날자마자 배가 떨어졌다면, 까마귀한테 욕을 한바가지 퍼붓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까마귀가 욕을 먹는게 억울할지언정,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지 고민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명확한 인과관계의 파악은 과학적 연구만큼 준엄한 것
인과(因果)라는 것은 한마디로 사물이 돌아가는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같은 원인이라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으로, 이러한 원리만 명확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누구나 원인행동을 함으로써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인류의 지식문명은 이러한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밝혀내는 과정에서 발전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학문이 바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과학이다.
요즘에는 과학이라는 말을 너무 남용하여, 그럴싸하게 엮어볼만한 관계는 전부다 싸잡하서 과학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지만, 과학은 사실 대단히 엄격한 것이다.
연구라고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통하여 원인과 결과를 실험을 통해 분석하고 그 법칙을 증명해내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싸해보이는 가설이나 이론일지라도, 과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하고 분석했을 때, 법칙으로 증명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가하다.
인과관계에서 다른 변수들이 통제되는 환경에서 실험을 할 때, 원인에 따른 결과가 100%가 나와야 자연과학에서는 법칙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인간세상의 일인 사회과학도 95% 신뢰도는 나와야 학문적 성과로 인정된다.
오늘 이야기하는 오비이락을 예로 들자면, 까마귀가 100번 날아올랐을 때 배나무에서 배가 100번 떨어진다면 그건 과학이다.
이러한 연구를 열번 스무번해서, 까마귀가 날아오르면 배가 떨어진다는 인과관계가 명확하면 과학적 법칙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까마귀가 나는 것과 배가 떨어지는 것이 관계가 있을리가 없다.
까마귀가 100번 날아오를 때 배가 한번 떨어지는 일이 있을지 없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것을 ‘우연’이라고 한다.
오비이락은 순전히 ‘우연’인 것이다.
대충 사람의 추측이나 기분으로 까마귀가 날아오르는게 재수없으니까 배가 떨어졌다고 뒤집어씌울 수 없는 것이 인과관계라는 것이다.

인간세상 일은 논리보다는 감정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오비이락이라는 말은 까마귀 입장에서는 참 그 자체로 황당하고 억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인간세상에서는 까마귀 탓을 하며 욕지껄이를 하는 사람에게 무식하다고 욕을 할 지언정, 까마귀를 동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결국 재수없는 우연도 누군가는 책임져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까마귀처럼 가볍게 욕먹고 끝나면 오히려 다행이며, 진짜 재수없는 경우 큰 금전적인 배상을 할 수도 있고, 물리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목숨도 왔다갔다할 수 있다.
세상사람들은 진짜 까마귀 때문에 배가 떨어졌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맛있게 익은 탐스러운 배가 땅바닥에 떨어져 못먹게되어버렸음이 열받아서 화풀이를 할 상대를 찾을 뿐이다.
그리고 그 상대가 우연의 일치로 얻어걸린 까마귀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오비이락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 이루어지는 말인 것이다.
오비이락의 성어에서 등장하는 새가 까치 같은 길조가 아니라 까마귀처럼 시커멓고 까악까악 거리는 새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소에 미운 사람은 뭔짓을 해도 거슬리고, 특히 나쁜일과 엮이기만 하면 괜시리 욕을 퍼먹기 다반사다.
반면 평소에 이쁜 사람은 대놓고 실수를 해도 눈감아주고 덮어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인간세상의 일이 논리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상당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어이다.
처신을 하고 처세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만 흠결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제 아무리 꾀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엮을려고 들면 안엮일수가 없는 것이 인간세상 일이다.
까마귀 탓을 하는 사람을 엄한데 화풀이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스스로 까마귀처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