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쿠가와 이에야스 검약 정신을 대표적인 일화를 이야기해본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일본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위인으로 손꼽히는 만큼 그 일화도 다양하다.
전국시대 최후의 승리자이자 에도 막부의 쇼군답게 역사의 명장면을 장식하는 이야기도 많지만,
일상생활 속에서의 독특한 기질을 다루는 이야기도 많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인색함과 검약은 이에야스를 대표하는 그 기질이라고 할 수 있다.
치리가미(塵紙) 휴지 사건
때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전역을 평정하고 난 이후였다.
오랜 전쟁 끝에 그야말로 태평성대가 열렸고, 더 이상 그 누구도 도쿠가와의 막부에 대적할 수 없었다.
이에야스의 위세는 일본에서 그 누구보다도 높았다.
그야말로 전일본이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어느날 이에야스는 자신에게 복종하는 다이묘들과 가신들을 끌고 교토에 있는 절에 참배를 하러 갔다.
최고권력자의 수행단이니 그 패거리가 얼마나 으리으리했을까.
그 정점의 선두에서 앞장서는 이에야스에게는 눈부신 후광이 비추었다.
절의 마당에서는 화려한 행사가 벌어지고, 이에야스와 다이묘들은 당상의 마루에 앉아 폼을 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용변이 마려운 이에야스는 화장실에 다녀오게 된다.
당시 일본에서는 용변 후 ‘치리가미(塵紙)’라는 부드러운 종이 휴지로 뒷처리를 했다고 한다.
현대에 사용하는 화장지의 전신일 것이다.
공산품을 대량생산하던 시절이 아니였으므로, 당연히 귀한 소모품이였겠지만, 쇼군이 가진 재물을 따져보자면 치리가미 휴지 한장이 대수겠냐마는..
용변을 마친 이에야스는 허리춤에 남은 휴지 한장을 끼우고 마루 회랑을 따라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바람이 휙 불면서 이에야스 허리춤의 휴지를 날려버리는게 아닌가.
높이 날아오른 치리가미는 마치 사꾸라 드롭스마냥 살랑살랑 마당의 흙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이에야스는 돌발 행동을 한다.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로 냅다 마루에서 마당 흙바닥으로 뛰어 내달리더니,
떨어지기 직전의 치리가미를 싹~! 낚아채는 것이 아닌가.
치리가미를 쥔 이에야스는 포효하며 흡족해 하였다.
당시에 60을 넘긴 고령에다가 살찐 몸의 이에야스가 휴지 한장을 잡기 위해 맨발로 흙바닥으로 뛰어들다니!
이런 진풍경이 또 있는가?
마루에서 그 광경을 구경하던 다이묘들과 가신들은 박장대소가 터졌다.
그러자 이에야스가 이들을 돌아보고 씩 웃더니 다시 외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천하를 잡은 방법이다!”
순간 웃고있던 다이묘들과 가신들은 자세를 고쳐앉아 고개를 숙이며 주군에 대하여 경탄하였다고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검약, 작은 성취에도 정성을 다하다
치리가미 사건은 이에야스의 인색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히 재물을 아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검약의 교훈에서 끝나지 않는다.
휴지라는 재물을 아껴서 생기는 경제적 이득이 아니라,
떨어지는 휴지도 정성을 다해 낚아채는 성취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국시대 최후의 승리자 이에야스에게 일확천금의 성취는 없었다.
얻고 잃는 것을 반복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는 인고의 세월이었다.
그렇게 숱한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업적이 결국 큰 위업이 된 것이다.
작은 재물도 모으지 못하는데, 큰 재물을 모을 수 없다.
작은 휴지도 손에 쥐지 못하면, 어떻게 천하를 손에 쥘 수 있을까?

노부나가, 히데요시와의 차이
일본 전국시대 세 명의 영웅을 꼽자면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꼽게 된다.
세 사람은 기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에 대중들은 세 사람의 비교를 흥미로워 한다.
오늘의 이야기인 검약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세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인다.
노부나가는 신문물에 호기심이 많았고, 그 누구보다도 선구적이였다.
아즈치성이라는 전례없는 거성을 짓고, 신무기 철포에 투자하여 부대를 운용할 정도로, 창조적인 일에 돈을 팍팍 썼다.
인재를 다루는 일에도 파격적이었고, 매제든 사위든 마음에 안들면 황천길로 보내버렸다.
그 결과 가신의 반란으로 불타는 혼노지 본당에서 자진하며 생을 마감했다.
히데요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만큼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다.
바늘장수에서 태합까지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야말로 전일본에서 가장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황금으로 도배한 다실을 만들고,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오오사카성을 지었다.
히데요시의 욕심과 야망은 끝이 없었다.
마침내 세계정복이라는 허황된 목표 아래 일본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원정단으로 명나라와 조선을 쳤으나 뜻대로 되지 못했고, 실의에 빠져 죽는다.
반면 이에야스는 검약과 인내의 상징이다.
오랜 인질 생활은 그에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버티는 법을 알게 해주었다.
눈치밥이라도 열심히 챙겨먹고, 틈나는대로 몸을 단련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미카와의 가신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배였다.
천하가 어지러워도 이에야스는 자신의 세력을 소중이 키웠다.
히데요시에 의해 미카와에서 에도로 전봉 당했을 때에도, 새로운 터전을 소중히 가꾸었다.
전국시대에 내노라하는 히데요시의 군대들은 조선과 명나라와 싸우다가 불귀의 객이 되었다.
반면 이에야스는 참전하지 않았고, 온전히 자신의 군대를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히데요시 사후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가 왔다.
이에야스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걸고 총력전을 벌여서, 세키가하라 결전에서 승리한다.
마침내 이에야스는 천하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치리가미를 손에 쥔 것처럼, 작은 성취부터 하나하나 이루어 마침내 가장 큰 성취를 이루고야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