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명구도(鷄鳴狗盜)는 아무리 하찮은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어, 마침내 그들의 재주를 모아 큰일을 도모하라는, 그야말로 큰그릇의 웅재대략을 논하는 고사성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이 계명구도의 뜻과 유래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삶과 일상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한다.
계명구도 뜻과 유래
중국 고대의 전국시대 때 일이다.
주(周)나라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져, 이제 제후국들은 천자국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전의 춘추시대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제후들을 호령하는 패자가 되어 주나라 천자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전국시대가 되면서 완전한 약육강식의 멸망전으로 돌입한다.
소위 전국칠웅이라고하는 강력한 7개 나라가 등장하게 되는데, 가장 서쪽에 위치한 진(秦)나라, 그리고 그 옆에 과거 진(晉)나라가 세개로 쪼개져 삼진(三晉)이라고 불리는 한(韓)나라, 조(趙)나라, 위(魏)나라, 그리고 북쪽의 연(燕)나라, 동쪽의 제(齊)나라, 남쪽의 초(楚)나라가 있었다.
제나라의 군자, 맹상군
이 전국칠웅 중에서 동쪽의 제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장 강력한 나라 중 하나였다.
주나라가 무왕벌주에 성공한 후 공로를 세운 제후들에게 분봉을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알짜배기 땅은 가장 공이 컸던 강태공이 분봉 받았다.
사마천의 사기 제태공세가에 나오는 그 강태공이다.
그렇게 강태공의 후손들이 쭉 제나라를 통치하다가, 전씨가 나라를 빼앗았다.
이 전씨 가문의 서자로 태어난 것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맹상군(孟嘗君) 전문(田文)이다.
맹상군은 음력 5월 5일에 태어난 서자인데, 과거 중국의 전통 미신에 따르면, 음력 5월 5일에 태어난 아이는 매우 재수가 없어서 키가 출입문 기둥만큼 자라면 그 부모를 해친다는 불길한 점괘가 있었다.
그래서 맹상군은 집안에서 버림받을 뻔했지만, 역시 난인물은 인물인지, 스스로 훌륭하게 성장하여 마침내 가문의 신임을 얻고 당주가 되기에 이른다.
맹상군은 집안에서 특히 식객들을 접대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정성을 다하였는데, 아무래도 어린시절 여러 고난을 겪었던 성장환경 탓인지, 지금 현재 상황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빛나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나중에 보석처럼 빛날 수 있는 원석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던 것 같다.
제나라를 통치하는 귀족 중의 귀족이다보니 집안의 재물의 풍족한 갑부였음에도 불구하고, 맹상군의 식객대접에 집안 살림이 거덜날 정도였다.
1천명내지 3천명에 가까운 식객들을 먹이고 재우며, 외출시에는 마차를 제공하는 등 품위유지까지 챙겨주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도 하기 힘들다.
아무튼 오늘 이야기할 계명구도도 맹상군과 이 식객들이 그 주인공이다.

닭의 울음소리와, 개도둑질로 목숨을 구하다
당시에 전국시대는 동서의 양쪽에 가장 강성한 대국이 서로 라이벌이면서도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제(齊)나라와 진(秦)나라이다.
제나라는 동쪽 산동반도를 중심으로 가장 발달된 중화 문명의 중심지였고, 진나라는 서쪽 함곡관 너머에 위치해있으면서 변법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룬 나라였다.
어느날 진나라의 소양왕은 강대국 제나라의 맹상군을 초청하였는데, 과연 대범한 군자였던 맹상군은 초대에 응하여 직접 찾아갔다.
이때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맹상군의 성격대로, 수많은 그의 식객들을 이끌고 갔는데, 폼나는 패거리가 아니라, 가히 외인구단급의 개성넘치는 식객들이 그를 따랐다.
그 중에는 아주 기민한 개도둑질로 세상 어느곳 무엇이든지 몰래 훔쳐빠져나오는데 재주가 있는 좀도둑도 있었고, 온갖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기가막히게 따라 내는 성대모사 재주꾼도 있었다.
맹상군 주변의 귀족들은 어찌 저런 잡스런 사람들과 어울리느냐며, 그리고 어떻게 진나라 왕이 초청하는 행사에 저런 사람들을 수행원으로 데리고 가느냐며 한소리씩 했지만, 맹상군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들의 재주가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자신이 직접 품은 사람들이며, 그들도 맹상군을 좋아하고 따랐으니, 더 바랄 것도 없었다.
그렇게 맹상군의 일당(?)이 진나라에 방문하여 왕궁에서 진 소양왕의 접대를 받는데, 진나라의 지도부는 맹상군이 보통 인물이 아님을 느끼고 장차 진나라의 통일대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맹상군을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그들을 숙소에 연금시켜버린다.
졸지에 타국에서 잡혀죽게 생긴 맹상군은 마음이 심란해하니, 이를 지켜보던 외인구단 식객들이 자신들을 믿고 거두어준 맹상군의 은혜에 보답을 하고자 한다.
맹상군 일당을 잡아죽이려는 진나라 소양왕의 마음을 돌리는 방법은, 그의 애첩인 연희의 베갯잇 송사를 통해서 홀려서 설득시키는게 가장 효과가 좋다는 계책이 나왔다.
이때 세상 모든 것을 다 도둑질 할 수 있었던 좀도둑이 나서서, 연희가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흰색 여우 모피코트를 훔쳐 구해왔고, 그 선물을 연희에게 갖다바치자, 연희는 바로 진 소양왕을 설득해주었다.
맹상군을 여기서 죽여봤자 뭐하느냐고, 손님을 죽여봤자 재수가 없으니 쫓아내버리라는 식으로 말이다.
술김 잠자리에 애첩의 유혹에 넘어간 진소양왕은 순간적으로 맹상군 일행에 대한 연금을 해제하였고, 맹상군 일행은 소양왕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부리나케 도망치기로 한다.
오밤 중에 발바닥이 닳도록 동쪽 제나라로 도망치고 이제 마지막 관문인 함곡관만 남았다.
함곡관은 진나라와 중원을 잇는 황하 변 협곡을 틀어막고 있는 거대한 관으로, 이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진나라로 출입할 수 없는 천혜의 요새 중의 요새였다.
관문이 열리기 위해서는 아침까지 기다려야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진나라 소양왕이 도중에 술이 깼는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긴급하게 다시 맹상군 추포령을 내렸다.
진나라 추격대 기마병들이 말발굽을 달려 빠른 속도로 맹상군 일행을 추격했다.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진나라를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함곡관을 넘어야 하며, 동이 트기 전까지 함곡관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초조해지는 것은 맹상군 일행이었다.
동이 터서 함곡관이 열리기 전에 추격대가 도착하면, 꼼짝없이 붙잡혀서 타국에서 개죽음을 당할 판이었다.
이때 갑자기 맹상군 일당의 식객 중 한명이었던, 동물울음소리 성대모사 재주꾼이 나섰다.
그는 목을 가다듬더니, 목청이 터지도록 수탉 울음소리를 내었다.
꼬끼오~!!!!!!
천지를 진동시키는 수탉 울음소리가 울리자, 주변에 있는 모든 수탉들도 놀라서 울기 시작하고, 관문 위에서 졸던 수비병들도 놀라서 잠에서 깨버렸다.
아직 어두컴컴한 오밤 중이었지만, 수탉이 울어버렸으니 동이 튼 것이고, 문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날이 흐려서 어둡겠거니 생각한 수비병은 비몽사몽으로 관문을 열어버렸고, 숨어있던 맹상군 일행은 쏜살 같이 빠져나가 무사히 제나라로 도망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계명구도의 고사이다. 닭의 울음소리(계명鷄鳴)과 개도둑질(狗盜)이다.
아주 하찮은 동물울음소리 성대모사와, 좀도둑질 재주이지만 맹상군의 목숨을 살려준 귀한 재주가 되었다.
이후에도 맹상군은 식객들을 후하게 대접하였고, 그의 봉지였던 설(薛)땅에는 그를 찾아온 외지의 식객들로 늘 바글거렸다.
자신의 재주를 귀하게 써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온갖 유세객, 식객들이 몰렸고,
그 중에는 뛰어난 인재도 있었지만, 양아치 건달들도 적지 않았다.
그 탓에 설땅에는 사람들의 질이 좀 좋지 않았다는, 사마천 사기의 실제 답사기가 나온다.
어쨋든, 작은 재주라도 귀하게 여겨 큰일에 썼다는 대표적인 이야기로 계명구도는 길이길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현대인의 삶과 일상에서의 계명구도
이러한 고사를 현대 우리가 사는 인생에 적용시켜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중에서도 ‘계명구도’라는 고사는 큰일을 도모하고자하는 웅재대략을 가진 이라면 반드시 마음에 생기고 두고두고 생각해보아야할 일이다.
인간사회는 혼자만의 기량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없는 사회이다.
단순히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넘어서, 정치경제적으로도 필연적으로 타인을 활용해야하는 것이 인간사회이고 문명이다.
정치인들은 작은 1표라도 얻기 위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며, 법안이나 예산 또는 정책을 마련할 때에도 관련있는 크고 작은 사람들을 모두 설득하고 동의와 지지를 얻어야 한다.
기업인과 사업가는 어떠한가?
작은 소매점 장사를 하든, 큰 기업을 운영하든, 그것이 대중 소비자이든, 기업을 상대로하는 영업이든 결국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돈을 벌수가 있다.
큰 장사꾼은 돈을 벌 수있다면 손님을 가리지 않는다. 구매력이 없는 손님일지라도 정성을 다해 서비스를 한다면, 나중에 장기 고객, 충성 고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평소의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계명구도의 고사처럼, 평범하다 못해 정말 비루한 모양새의 사람이 있더라도, 진실로 다가가고 사귄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을 얻는다.
일손이 필요할 때 사정이 맞으면 기꺼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고, 이런 사람은 맹상군처럼 위기상황이 닥쳐도 주변의 도움으로 일어설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기량은 한계가 있다.
계명구도처럼 남의 작은 재주라도 귀하게 여기고 긁어 모은다면, 그 합쳐 모은 기량은 어마어마하게 강력해진다.
물론 사마천의 사기 맹상군열전에 나오는 사마천의 평처럼, 수천명의 식객들을 먹이고 재우느라 집안을 거덜내고 동네 물을 흐린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돈들이지 않지 않고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남을 존중하고 어울리며 자기 사람으로 사귈 수 있는 것이다.
남의 작은 재주도 먼저 발견하고 칭찬하고 귀하게 존중하자. 분명 나중에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맹상군의 계명구도 고사처럼 말이다.



